나고야에서 이세신궁을 가장 빨리 가는 방법 #2

1편 보기

나고야에서 이세신궁을 가장 빨리 가는 방법 #1 – Boutiquelog

시간표를 잘못알고 괜히 입국심사 빨리 끝내고 뛰듯이 도착한 매표소에서 출발시간을 보고 강한 현타를 느꼈습니다. 그렇지만 마음을 추스려, 1시간 이상 남은 이 소중한 여행 시간을 끝까지 써버리기 위해 나고야공항 투어를 하고 왔습니다. 그래도 뭔가 애매하게 시간이 남아 바다를 보며 멍하니 있으니 사람들이 어디들 있다 왔는지 긴 줄이 늘어서더군요.

나고야공항에서 고속선에 승선

고속선의 정식 명칭은 닌자고속선. 닌자들이 길지 않은 이 뱃길을 수호해주려나요? 아무튼 배를 탑니다.

선내는 꽤 넓습니다. 앉을 자리도 넉넉하고, 창가자리도 충분합니다. 사실 도착지의 정식 명칭이 나기사마치항이라는 것도 몰랐습니다. 그냥 츠항? 요렇게 제 맘대로 생각했었습니다. 나기사… 캐릭터 이름같네요.

츠시 나기사마치항에서 하선

아마 이 항구의 매표소 겸 대합실 겸 몇 가지 기능이 복합된 건물을 바로 지나칩니다. 빨리 츠역으로 가서 기차를 타야 하니까요. 배에서 검색해본 버스나 택시를 찾아봅니다.

나기사마치에서 츠역으로

버스가… 보이지 않습니다. 택시도 많지 않네요. 버스를 기다리려 정류장에 가니 운행시간과 배차간격이… 포기하고 택시를 타려 합니다. 주말엔 운휴(運休)…. 너무 싫습니다. 그 와중에 저 한자를 읽었다는 것도 싫습니다.

분명 좀 전까지 있던 택시 두어대마저 모두 손님을 싣고 사라졌습니다. 여기도 분명 콜택시는 있겠지만, 아무리 엔저라고 해도 일본에서 콜택시까지 타고 싶지는 않아 구글맵을 돌려봅니다.

걸어가려면 50분 내로 갈 수 있으니, 가다가 택시를 잡든 버스정류장이 보이면 버스를 타든 할 요량으로 걷습니다. 정 안되면 걸어가도… 되겠거니 하고 걷습니다. 길은 참 잘 닦여있어서 캐리어를 가져가도 크게 불편한 점은 없었습니다.

생각해보니 여기가 바다는 바다네요. 걸어가는데 바닷바람이 어마어마합니다. 해변에는 낚시하는 사람도 있고, 산책하는 사람도 있는데 거길 거닐 여력이 없습니다. 빨리 가야 합니다.

길을 따라 가다보니 나름 큰길(?)이 나옵니다. 따라 걷다보니 버스 정류장이 있고, 나기사마치항과는 다르게 버스가 종종 운행하는 모습이 보입니다. 이런 작은 도시는 보통 대부분의 버스가 역을 가니까 안도감을 느낍니다. 택시비를 아껴서 그런 것은 아닙니다.

오토베 아사히(Otobe Asahi, 乙部朝日) 정류장

여기부터는 버스의 배차 간격이 상식적인 수준입니다. 아무래도 나기사마치항에서 출발하는 버스는 구석진 위치상 배차간격이 매우 길 수밖에 없을 듯 합니다. 항구에서 버스나 택시를 놓치셨다면, 항구에서 도보 10분 거리에 위치한 이 정류장에서는 버스는 물론 종종 다니는 택시도 잡아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츠역에서 우지야마다(이세시)

츠역

츠역은 크지 않은 3층짜리 역사건물과 함께 있는 역입니다. 1층은 특산물과 카페 및 미스터도넛 등이, 2층은 패밀리레스토랑과 식당, 3층은 다이소가 있는 건물입니다. 여기서 돼지코를 사려고 했는데, 없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한국인 관광객이 없으니 수요 없인 공급도 없는 것이겠지요. 특이했던건, 점원은 한국어를 할 수 있었다는 것… 한류 찬양해… 이때 못 산 돼지코는 계속 못사고 결국 여행 내내 호스텔에서 빌린 충전기를 사용하게 됩니다.

우지야마다역 가는 표를 구입

이세신궁을 가려면 이세시를 가야 하고, 이세시에 있는 3개 역 중 자신의 숙소와 맞는 역을 골라 표를 사고 기차를 타면 됩니다.

3개 역은 이세시역, 우지야마다역, 이스즈가와역입니다. 저는 우지야마다역으로 가야했어요. 우지야마다역까지는 830엔입니다.

비싼 지정석을 구매할 필요는 없겠더라구요. 히노토리라는 특급열차는 오사카나 나고야까지 가니, 두 도시의 시내에서 출발할때는 아마 저런 특급열차를 타고 가게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사실 일본도 오랜만에 왔고, 일본을 자주 왔었던 것에 비해 일본어 능력은 끔찍한 수준이라 표 살때 약간 당황했었어요. 이렇게 기차를 탄게 처음도 아닌데 예전에 다닐 때는 이런 표 구입 방법은 미리 사전 숙지했었거든요. 근데 다 잊어버린 상태에서 사려니…매표기에서 사면 깔끔한데 표 가격을 안내하는 저 안내판을 봐도 순간 이해가 안됐습니다. 알아서 어디까지 갈지 확인하고 그 급간의 표값을 확인해서 매표기에서 선택하기만 하면 됐는데… 그래서 매표소에 가서 우지야마다역에 간다고 이야기하는데 그게 또 버벅이게 되고… 그러자 옆에 계시던 아름다운 분이 차근차근 알려주고, 플랫폼까지 알려줘서 무사히 오게 됐습니다. 오, 이게 일본의 친절이구나 싶었던 순간입니다.

기차를 타고 우지야마다역으로

기차라기보단 통근열차같은 열차를 타고 가니 피곤한 직장인들이 츠역에서 남쪽으로 퇴근하는 듯 합니다. 다들 피곤해보였습니다. 저도 피곤했습니다.

우리가 상상하는 예쁜 일본 시골마을이 아닌 현실 일본의 지방 도시들을 지나가며 구경하다보면 우지야마다역에 도착합니다.

나고야공항에서 나고야를 거치지 않고 최대한 빨리 오려고 노력한 이세시, 우지야마다입니다. 오랜만의 해외여행에서 이미 비행기, 페리, 버스, 기차를 모두 경험한 날이었네요. 그래도 여행 첫 날이고,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목적지를 큰 장애 없이 수월하게 온 것 같아 결과적으로는 기뻤습니다.

아마도 편하게 오려면 오사카역이나 나고야역에서 특급열차를 타고 오는게 제일 편하긴 하겠지만, 이런 다양한 교통수단을 경험해보진 못하겠지요.

우지야마다역에서 숙소와 저녁식사를 위한 식당을 찾기 위해 헤매면서 구글맵의 영업시간이 무조건 맞는 것은 아니구나 절감한 순간도 이 날이었고, 뜻밖에 냄새 따라 갔더니 이세시 최고의 맛집 중 한 곳을 찾게 된 것도 이 날이었습니다. 이런 얘기는 나중에 다른 주제로 가져오겠습니다.

Leav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