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왕자행거를 설치했습니다.
부모님 집으로 합가를 하게 되면서 들어온 제 방은 굉장히 좁은 편입니다.
정리하는 것에도, 정리하는 것에 돈과 노력을 들이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아서 방치된 수준이 한계에 이르러서야 정리를 하는 성향과 맞물려 결국 난리가 나버렸습니다.
원래는 제 방에 시스템장이 3단으로 설치됐었으나 수납을 위한 벙커형 수납침대를 들이면서 그 중 하나를 뜯어냈고, 결과적으로 시스템장은 굉장히 불안정한 상태가 됐었습니다. 살짝 기울기도 했고, 서랍이 완전하게 닫히지 않는 문제도 있었습니다.
이미 지금 집으로 이사를 오면서 시스템장이 한 번 이동했기에 그 자체로도 불안했던 것을 아예 한쪽을 뜯어내버리니 고정력과 지지력이 모두 떨어져버린 시스템장은 그만…
무너져내렸습니다.
왕자행거 선택이유
부모님 집에 합가 전, 3년 넘게 혼자 살았었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옷은 많았고, 그 때 추천받아 사용한 물건이 바로 왕자행거입니다. 처음 들었을 땐 이름이 왜 이렇게 촌스럽지라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니 대박 네이밍이었습니다. 몇 년이 지나도 생각이 나니 말입니다.
당시 옷장을 사지 않고 왕자행거를 넓게 설치해서 옷을 쾌적하게 걸 수 있었던 기억, 그리고 3년이 넘어도 미동조차 하지 않는 그 견고함을 익히 알고 있었습니다. 요즘은 인터넷에 시스템장도 규격화해서 팬트리 랙처럼 팔던데 거기에 혹하긴 했지만… 조강지처를 생각하는 마음으로 왕자행거를 다시 선택해보기로 했습니다. 새로운걸 시도해볼까 했지만 무너지는걸 보니 아는 맛으로다가…
왕자행거 설치 전
내방
무너진 시스템장
계속 삐그덕거렸던 시스템장이지만 겨울이라 춥기도 해서,
겨울이 끝나고 봄이 오면 그 때 분리해서 천천히 버리고 봄맞이 옷정리를 하자는 생각을 했었더랬습니다.
그러나 봄까지 버티지 못한 시스템장은 그만 사망해버렸습니다.
어쩐지 가지런하게 무너져서 더 킹받는 시스템장… 일단 버려야 하는건 기정 사실이고, 이제 어디에 옷을 걸어야 하는가가 남았습니다. 출근할 때마다 입을 옷은 없는데 옷은 왜이리 많은지 원… 그렇다고 막상 옷을 막 버리기도 쉽지 않습니다. 다들 그렇지 않으신가요?
내 방의 수납가능 공간
기존에 시스템장이 설치되어 있던 공간이 168cm 였습니다. 물론 새로운 행거의 설치 가능 공간도 168cm 였습니다.
위치는 변경 가능하긴 했는데 방의 다른 면으로 이동해도 168cm는 변함 없었습니다. 책상을 빼버리면 행거를 한 면 더 설치할 수 있어 수납력이 어마어마하게 늘겠지만, 컴퓨터를 둘 곳은 필요하니까요.
어머니의 아이디어로 추가 공간이 더 생겼습니다. 바로 문 뒤.
문 뒤에 폴형 행거를 설치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시기에 바로 접수하고 그것도 알아봤습니다.
안방
안방도 사실 문제가 있었습니다. 안방엔 붙박이장이 크게 있었지만 부모님이 편하게 사용하던 행거가 따로 있었는데, 걔도 무너졌거든요. 이음새가 아예 부러졌더랬습니다.
어머니는 예의 그 아이디어로, 안방도 문 뒤와 붙박이장 앞의 구석에 각각 폴형 행거를 둘 것을 제안했고, 그것도 역시 접수. 엄마 최고!
왕자행거 설치
드레스룸형
제가 구입한건 ‘왕자 130벌고정행거(IV)-38mm’ 입니다. 좁은 제 방에도 설치 가능하고, 파이프가 두꺼운게 구매 포인트였습니다. 파이프가 얇을수록 당연하지만 좀 더 저렴하기는 합니다. 근데 옷장 무너지는 꼴을 보니 무조건 두꺼운걸 살 수밖에 없었습니다.
커튼형은 예전에 써봤는데 커튼도 좀 안예쁘고, 은근 귀찮은데다가 옷을 굳이 가릴 이유가 없어서 안샀습니다. 잘 보일 사람도 없고, 원룸이 아니라 커튼을 쳐서 옷을 보호할 이유도 없었습니다.
폴행거
폴행거는 ‘왕자 G폴행거(뉴요커) 화이트’. 뉴욕사람들은 이런걸 쓰나보죠? 이 친구도 파이프가 두껍고 하얀 색이라 맘에 들었습니다. 물론 제 방은 저렇게 한적한 감성은 없습니다만…
신정연휴에 무너진 시스템장의 옷을 정리하고, 시스템장을 분해해서 버리고, 설치도 해야 하기에 미적거리지 않고 후다닥 주문했습니다.
왕자행거 설치 후
내방
드레스룸형은 이렇게 조립했습니다. 언박싱과 조립과정을 올릴까 하다가 그게 필요 없을정도로 간단했습니다. 빠짐없이 조립하고 저 기둥만 천장으로 힘껏 밀어올려 고정시키면 어려운건 없습니다.
저렇게 조립하게된 건, 좀 좁기도 하고, 저렇게 튀어나온 부분에 간단히 걸면 좋다는 생각에서예요. 사실 어떻게 조립했어도 괜찮았을 듯 합니다.
드레스룸형 행거는 써봐서 좋을거란 확신이 있었지만 폴행거는 약간 걱정했었습니다. 안써봤던 형태이고, 한 줄 파이프의 견고함을 어떻게 담보할 수 있을까 했던…
그러나 생각보다 수납이 많이 되고, 편하게 쓸 수 있었습니다. 밖에 입고 나갔던 외투 등을 걸어두거나 머플러를 걸어두기에 매우 적합했습니다.
경사진 옷걸이에는 바지를 거는게 매우 편리했었습니다.
안방
부모님 프라이버시 상 보여드릴 수는 없지만, 두 군데에 설치해서 부모님이 하나씩 사용하시는데 역시 많이 걸리면서도 크게 지저분해보이지 않더군요.
결론: 왕자행거 대만족
역시 믿고 쓸 수 있는 왕자행거였습니다. 전에 쓰던 시스템장은 사실 옷이 많이 걸리지는 않았습니다. 보기에만 옷장 느낌이 있어서 그 부분은 좋았지만 말입니다. 서랍도 있었는데 그 정도 서랍은 왕자행거 밑에 별도의 수납케이스를 넣어서 커버할 수 있었고, 옷 자체를 접지 않고 더 많이 걸어둘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무엇보다도… 안무너질거라는 확신이 제 마음에 평화를 가져왔습니다. 연휴 첫날 부지런을 떤 결과, 시스템장 철거와 왕자행거 설치, 그리고 옷정리까지 끝낼 수 있었습니다.(옷을 완전히 정리한건 연휴 둘째날이지만…)
더 넓은 곳으로 가기 전까지, 이 왕자행거는 결코 무너지지 않기를 기원합니다.